스니 이야기/일기2004. 9. 19. 20:54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 같았다.
오늘 현우를 만나기 전까지.

오늘 서울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만났던 초등학교 1학년 주현우.

내가 앉으려고 할 때,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저기요, 이거(발 아래 있는 플라스틱 통) 발로 차지 마세요.
제가 잡은 게랑 새운데요, 발로 차면 스트레스 받을꺼예요."

너무 귀여웠다. 그런데 보니, 혼자 창가에 앉아있었다.
"혼자 왔어요?"
"아니요, 아빠랑 고속철 타고 토요일에 왔는데요,
아빠는 회사에서 더 일하고 저는 내일 학교가야해서 지금 가요."
"아~, 그럼 아빠랑 저거 잡은거예요?"
"아니요, 이모 아빠랑요."
"이모 아빠? 이모부?"
"네." :)
"저는 초등학교 1학년이예요."

이렇게 시작해서 1시간동안 놀았다.
그렇게 작은 게랑 새우는 부산 어디에서 잡았는지.... -.-

어찌나 착하고 귀엽고 똑똑한지. 졸려 죽겠는 와중에 계속 같이 놀았다.

나중에, '건빵 먹어도 되요?' 라고 묻더니, 건빵을 가방에서 꺼낸다.
하나 꺼내서 내 입 앞에 가져다 댄다.
내가 고맙다고 먹으니, 좋아하면서 많이 먹으란다.

그 때, 스튜디어스들이 음료를 서빙한다.
"콜라요." 라고 하더니, 건빵 하나를 스튜어드에게 건낸다.
그리곤 나를 쿡쿡 찌르더니,
내 옆에 앉아있는 아저씨에게도 먹으라고 권해란다.
내가 웃으며 아저씨에게 말하니,
현우는 건빵을 한웅큼 쥐어서 아저씨에게 건냈다.
그리곤 또 한 웅큼 쥐어서 다른 스튜디어스 언니한테 전해달란다.

건빵 나눠주는 소년. -ㅇ-

내가 안먹고 있으면 계속 하나씩 꺼내서 내 입에 준다.
"많이 먹어도 되요."

나는 감귤주스를 마셨는데,
"누나는 뭐 마셔요?"
감귤주스라니, 자기도 먹고 싶었나보다.
그걸 보곤 스튜디어스가 감귤주스도 한잔 더 주었다.

나중에 나를 자기 쪽으로 오라고 손짓하더니,
귀에다 대고, 아주 조심스럽게,
"저 배불러서 이거 다 못먹겠어요."
남기는게 미안했나보다. 이뻐라.

그러고 음료 잔을 치우고....
또 나를 자기 쪽으로 오라 하더니,
귀에다 대고, 또 역시 아주 조심스럽게,
"누나 결혼했어요?" 란다.
내가 낀 반지를 보고. ㅋㅋㅋㅋ

"아니야. 그냥 이뻐서 낀거야. 현우도 껴볼래?"
하고 끼워줬더니 이쁘다고 이리저리 껴보다가 또 역시 조심스럽게 돌려준다.

나중에는 실뜨게 할 줄 아냐고 물어보더니,
같이 하자고 분홍 털실을 가방에서 꺼냈다.
한 10분 하다보니, 김포에 도착.

"아. 이제 작별해야되네요." 하면서 아쉬운 표정을 하더니,
내 손을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잡는다.
그러더니 내 다른 한 손을 가져다 다시 자기 손 위에 놓는다.
"누나 어디 살아요?"
"대림."

현우는 올림픽 아파트에 산단다. 세륜 초등학교? 뭐였드라...
'학교 어디냐'는 질문에 손으로 약도까지 그리며 아주 상세히 설명해줬는데. -.-

현우는 스튜디어스가 안내해줄 때 까지 기다려야 된단다.
같이 기다려줬다.

내가 폰카로 현우를 찍을려고 하니,
웃으면서 브이-한다.
그러곤, "누나. 같이 찍어요."

너무 착하고 어른스럽고 순진하고 똑똑한 초등학생이었다.
사랑스런 초등학생.
요즘에도 이런 애들이 있구나. 놀랬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나고 싶은 꼬마다.
Posted by 스니